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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씨도 5년전인가... 6년전인가... 여자라는 동물을 사귀어 본 적이 있다. 그게 정확하게 몇 년전인지를 알아내려면 펜티엄 3를 홋가하는 스피드의 두뇌를 가진 상훈씨 머리로도 4초에서 5초 정도는 걸린다. 얼마전에 몇번인가 정확히 몇년 전인지, 몇 개월 전인지, 몇 일 전인지, 몇 시간전인지 계산해 본적이 있지만 상훈씨의 메모리는 휘발성 DRAM 인 관계로 그걸 아직 기억하지는 못한다. 대강 생각해보면 5년쯤 된 것 같다. 그 여자하고 헤어진 사연을 얼마전에 또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상훈씨가 그 여자라를 동물과 헤어진 것은 자체적으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그렇고 또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서 의견을 물어봐도 영화감독이 장래 희망이었던 상훈씨의 미학적 조작이 개입 되어 있음이 틀림없다는 의견, 아니면 영화나 3류 소설에 자주 나오는 이야기 같다는 말을 한다.
또 그 이야기를 하실건가요?
아니요. 별로 하고싶은 생각 없습니다.
예전에는 상훈씨가 자체적인 프로세싱을 해 봐도 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누구한테 이야기도 자주하고 생각도 자주 하고 사진도 자주 꺼내어 보고 행여나 잊어버릴 세라 옛날 기억을 되새기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생기고 또한 논리적으로 그때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유추 해 본 결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라는 것이 망구 상훈씨 혼자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닿게 되었다는 말이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종합해 볼때 별로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였다는 것이 종합적인 이야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 남자라는 동물하고 여자라는 짐승이 만나면, 특히 결말부분에 두 남녀가 같이 행복하게 살았더라... 하는 이야기로 끝을 맺지 않는다면 언제나 별로 좋지않은 이야기가 남게 되는것이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무지이쁜 전지현그렇다. 상훈씨는 요즘 예전의 그 여자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아니 이젠 기억하기 조차 싫어한다.
철이 든것인지 아무 생각 없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렇다. 특히 오늘 같이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를 본 날은 더욱 그렇다.
PC 통신에서 히트한 이야기가 소설이 되고, 그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 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인데 영화 시작은 제목 그대로 <엽기적> 이다. 영화는 여자가 술을 먹고 지하철을 탄 여자가 옆자리 앉아 있던 할아버지 얼굴에 오바이트를 한 후에 그 앞에 서 있던 견우라는 남자한테 '자기야~'하며 쓰러지는 걸로 시작한다. 그래서 견우라는 남자가 그 여자의 애인이라는 덤테기를 쓰면서 그녀를 여관에 재우고.. 등등 그렇게 해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남자의 고생담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30년이라는 세월중에 거의 28년을 부산에서 산 상훈씨의 경험으로는 부산 시민중에 지하철에서 오바이트 하는 여자는 없었다. 특히 혼자서 지하철에서 오바이트 하는 여자는 없었는데 남자의 경우는 친구들이 옆에서 신문지 가져다가 오바이트 자국 덮어주고 하는 경우는 몇번 봤었지만 여자가 지하철에서 오바이트 하는 경우는 없었다. 부산 인구보다 2배가 조금 더 되는 서울 시민중에는 저런 여자가 한 두명은 있나보다 라는 생각밖에는 상훈씨가 한 생각이 없었다.
영화는 그렇게 진행이 된다. 엽기적인 여자가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착한 남자를 만나서 재미있게 노는데 까지는 좋았다. 그녀가 견우를 불러내는데 (상훈씨의 휘발성 DRAM으로는 그녀의 본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재간이 없다. 실제 영화에서 이름이 나왔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낙태하러 가는데 아기 아빠가 견우라고 거짓말 해서 강의떼먹고 나오게 만든다든지, 서울랜드에서 무장 탈영병 만나는 것 까지도 좋았다. 그녀가 <데몰리션 터미네이터>의 시나리오를 신씨네에 가져다주라고 협박하고 또 엽기 <소나기>를 보여주는 것 까지도 좋았다.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으로 이뤄진 이 영화는 연장전으로 가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녀가 어처구니 없는 감성의 소유자 였다는 사실. 엽기적으로만 보이던 그녀가 사실은 오드리 헵번 같은 감성의 소유자 였다는 사실. 그녀가 소리가 들리는지를 테스트 하기위해 견우를 건너편 산으로 보내놓고 '미안해 견우야 나도 어쩔수 없는 여자인가봐~' 를 말하는 장면. 원작 소설보다 훨씬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엽기를 이야기 하던 코미디가 이젠 정신병을 이야기 하려나 보다. 생일날 교복을 입고 나이트에서 춤을 추던 여자가 사랑 때문에 고민을 하기 시작하더니 남자에게 2년 후에 만나서 편지를 읽어보자면서 타임 캡슐에 편지를 담아놓고 남자를 떠나 보낸다.
남자? 원래 남자란 등신 같은 동물들이라 2년을 하루 같이 기다린다. 물론 중간에 기차역에서 남자가 뛰어내리니까 여자가 올라 탓더라.. 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 (사실은 몸이 더 아프겠지만)도 있다. 여자하고 헤어진 남자가 그녀와의 재미있던 이야기들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하고, 인터넷에서 그 이야기가 떠서 그 이야기가 소설로 출판되고, 급기야 영화로 만들어 지고, 영화 초반부에 잠시 등장하는 고모가 사실은 그녀의 첫사랑의 어머니였고, 그래서 조카를 좋아하던 고모가 자신의 아들의 피앙세이던 그녀를 조카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어했고, 그래서 2년후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엽기적이던 그녀가 자신이 없어서 2년에서 1년이 더한 시간에 편지를 읽으러 오고, 편지를 읽으러 왔더니 견우가 홍수에 쓸려간 그 나무를 백업해놓은 이야기를 어떤 할아버지가 하고, 감동 x 2 가 된 그녀가 그녀의 첫사랑 어머니가 소개시켜주는 남자가 바로 그 남자였드라. 그래서 둘은 잘 먹고 잘 살았더라.
이게 말이 되느냔 말야 말이.
상훈씨는 영화를 잘 보다가 화가 났다. 세상에 저런 일이 어디있어!
상훈씨는 친가쪽 일가들과 별로 친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외가쪽 일가들과 친하다는 말은 아니다) 친가쪽 일가들과 친하지 않은 상훈씨가 저런 고모가 있어서 떠난 그녀를 다시 나에게 인도하지 못해서 화가 났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영화가 말하는 여자라는 짐승과 상훈씨가 알고 있는 여자라는 짐승의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상훈씨가 정의하는 여자라는 짐승의 습성은 '좋으면 왔다가 싫으면 가는' 것이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이런 말이라든지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또는 '사랑밖엔 난 몰라~' 이런 말을 여자한테서 들으면 얼굴색이 붉어지면서 과격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고 정서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 상훈씨다. 그런데 평소에 엽기적이던 저 여자가 갑자기 '사랑밖엔 난 몰라' 스타일이 된 다는 것이 말이되냐는 말이다.
물론 그녀의 생성자가 여러개여서 오버로딩이 여러개로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저런 경우는 아무리 그녀가 인터페이스를 여러개 구현하고 있다해도 절대로 구현될 수 없는 다형성일 뿐더러, 안 그래도 더운 보는 사람 열 받고, 환장하고 펄쩍뛰게 만드는 경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훈씨가 여자친구가 없죠.
할 말 없네요.
물론 상훈씨도 요즘 정상인으로써 거의 납득이 안되는 생활습성을 영유하고 있는 관계로 거의 애인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 있는 지경에서 이렇게 여자를 짐승으로 매도하고 깔아뭉개고 있는 자신이 이해가 안간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 있는 상훈씨는 화가난다. 세상에 저런 여자가 어디있어. 그녀가 2년후에 보자면서 떠났을 때 견우라는 남자는 얼마나 가슴이 아팟겠어. 아무리 남자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위해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상처가 치유가 되면 떠날 결심을 하고 있는 남자라도 그렇지.
이 영화가 여자라는 짐승의 습성을 맞게 표현하고 있는건 한가지. 여자는 상대방의 마음따위에는 신경쓰지 않는 다는 것이다. 견우가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 별로 안 따져보고 들리지도 않는 말 몇마디로 관객들에게 용서를 받은 뒤에, 싹~ 도망가 버리는 습성. 그 습성 하나는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온 상훈씨는 기분이 안 좋다. 영화가 재미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새벽에 한 프로 보고 집에 가서 잠 자기엔 딱 좋은 영화였다.
그래도 상훈씨는 남들이 잘되는 사랑 이야기를 보고 나면 별로 기분이 안 좋다. 잊고 싶은 옛 이야기도 생각 나기도 하려니와, 그런 영화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집에가서 꼬불쳐 준 사진 몇 장을 펼쳐놓고 청승 떨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고, 그 여자가 전지현 같이 예쁜 여자일 경우에는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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